2008년에 있던 훡같은 이야기(2)


훡같은 이야기(1)

MT를 갔다가 밥이 없어서 라면 한젓가락에 고기 한점씩 먹고 서바이벌 게임을 뛰어야했던 때로부터 2달 후.
대학교에 들어와서 처음으로 방학을 맞이한지 한달째에 접어든 7월 중순에 있던 일입니다.


방학이 시작되고 한달이나 지났지만 알바를 구한것도 아니고, 마땅히 공부를 하고있는것도 아닌채 집에서 뒹굴거리기만 하며 보내자니 부모님의 눈초리가 영 따갑더군요. 그리고 저 자신도 좀이 쑤시고 해서, 뭘할지 몇가지를 두고 생각을 해봤습니다.


1. 공부?
즐딸. 처음부터 논외요.

2. 알바?
GI☆CHAN☆TA!

3. 여행

아무리 생각해도 역시 3가지 중에서 가장 만만한건 여행이더군요. 집에는 '재충전의 시간을 가지고싶음요'라는 핑계를 댈수도 있고, 제 자신이 처음부터 끝까지 계획해서 한 여행은 없었기 때문에 한번 계획을 세워 여행을 다녀오고 싶었습니다.

자, 여행을 가기로 했다면 이제는 어디로 갈것인가가 문제였죠. 해외는 돈도 없고 그나마 있던 돈도 떙스리만브라더스덕분에 이미 고환율에 접어든 때였으니 애초에 논외였고, 국내에서 정해야 했는데...
8월 서코때 '서울 여행 갔다올꼐요'하고 갔다올까 하다가 역시 이건 인간실격이라는 생각이 들어서 급수정. 선산이 있는 강원도 홍천으로 가기로 했습니다. 혼자 가기는 좀 그러니 할일 없을것 같은 친구 몇명에게 연락을 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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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님 뭐함?"
"숨쉼 ㅇㅇ"
"ㅇㅇ예상했음 여행이나 가자."
"어디?"
"좋은데. 돈도 많이 안듬 ㅇ."
"ㅇㅇ"


...진짜 저랬다능. 좋은데 가는데 왜 산행, 캠핑용 장비를 챙기라는 말을 했는지는 생각도 안했던듯 합니다.
그리고 7월 12일. 마침내 홍천을 향해 4명의 할일 없는 똥만 만드는 기계들이 출발합니다.


대구찍고 대전찍고 서울도 찍...을까 하다가 그랬다가는 그대로 서울에서 며칠보내고 집에 돌아갈것 같아서 바로 강원도로 향했습니다. 버스랑 기차를 적절히 바꿔가며 이동하니 기분이 색다르더군요.

그리곤 아침 10시에 대구에서 출발을 하여 홍천에 도착을 하니 어느새 오후 6시. 아직 밝기는 했지만 산에 오르면 금방 어두워질테니 일단은 산 근처의 아는 분 댁에서 하루밤을 지냈습니다. 막국수집인데 맛있어요. 홍천 들르면 한번쯤 드셔보시기를.

그리고 주인아저씨와의 일문일답.

"니들 여기는 웬 일이냐?"
"방학인데 심심하고해서 여행요."
"대학생들이 웬 여행을 이런곳으로 오냐?"
"돈이 없거든요."
"..."
"..."



둘째날인 7월 13일. 날씨는 쾌청.

아침 10시 경에 아저씨께 감사인사를 드리고 드디어 산을 오르고 시작했습니다. 성묘나 벌초오고 할때의 기억에 의존해 처음에는 기분좋게 산을 올랐습니다. 정말 기분좋게 산을 올랐습니다. 여기저기 샛길이 많긴 했지만 한두번온것도 아니고 코웃음치고는 길을 따라 갔습니다. 갔습니다. 갔습니다. 네 또 갔...........


...여기가 어디죠?


분명 이 길로 가면 정자가 하나 나와야하는데 정자는 커녕 난자도 안보이...가 아니라 점점 산속으로 들어가는 느낌. 친구들에게 길을 잃었다고 털어놓았지만, 별로 걱정하는것 같지도 않았습니다[..] 뭐 사실 별로 걱정할것도 없긴 했습니다. 이제 막 올라온지라 식량도 충분하고, 산이 그리 큰 것도 아닌데다가 '길도 나있는 산이고', 4명 모두 휴대폰도 있으니까 진짜 최악의 경우에도 문제될 것은 없었습니다.

그래서 계속 산속을 해치고 다니면서 '야 저거 뭐야' '오오 샤슴벌레' '야 이건 뭐고' '오오 동충하초...야 근데 그거 밑에 파리 시첸데 그걸 만지냐?' '오 시발!'같은 처음으로 환경체험온 초나우딩요들처럼 놀던중 겨우 포장되있는 도로를 발견해, 그 옆에 텐트를 치고 거기서 하루밤을 지내기로 합니다. 점심저녁은 모두 전날 묵은 집에서 얻어온 삶은 감자[..] 밤중에 자다가 가끔 자동차가 지나가는 소리가 들리면 초금 무서웠습니다[..]


7월 14일.

전 아침잠이 많습니다. 그래서 이 날도 가장 늦게 일어났는데, 다른 애들은 전부 먼저 일어나서 왜인지 썩소를 짓고들 있더군요. 무슨 일 있나해서 뭐 캥기는 구석 없나 생각해보니........헉 슈ㅣ발. 오늘 생일이지 참.

강원도까지가서 생일빵 맞는것도 참 추억이라면 추억입니다 그려.

한차례의 폭풍이 지나간 후 도로를 따라 올라가자, 어제 목표로 했었던 정자를 찾았습니다. 그 옆에는 안내판도 서있었는데, 길을 따라 줄곧 가다 중간에 꺾으면 정상에 도착한다고 적혀있더군요. 산에 자주 오긴 했지만 정상까지 간 적은 한번도 없었기 때문에 정상에 가보기로 했습니다.


그리고 두시간쯤 후, 저희는 다시 멋지게 길을 잃는데 성공합니다. 전날과 달리 이 날은 체력도 좀 소모된 상태였기 때문에 모두 폭발에 익스플로전. 근데 이게 또 왠 청천벽력같은 소리.











"야 휴대폰 안터지는데?"


헉 슈ㅣ발. 삼성 개새끼들. 노키아 개새끼들. SKT 개새끼들. LGT 개새끼들. OZ개새끼들. 소니 개새끼들. MS개새끼들. 소울칼리버4 개새끼들. AIG띠링띠링 개새끼들. 조엘 슈마허 개새끼들. 크리스챤 베일 개...간지.


전날에는 길을 잃긴 했어도 최소한 휴대폰은 계속 터졌었기 때문에, 전부 최악의 사태를 생각한 적은 없었습니다. 하지만 휴대폰이 고자라니, 역시 이건 좀 무서웠습니다. 어릴적 TV에서 본 사건사고 프로그램의 내용들이 눈앞에 파노라마처럼 펼쳐지기 시작했어요. 잠시 의논을 한 끝에, 결국 정상등정을 포기하고 왔던 길로 되돌아가기로 했습니다만.......길을 잃은 놈들이 자기들 왔던 길을 제대로 찾아갈리가 있나요!

분명 올때는 저 나무가 이 나무였던거 같은데 지금보니 이 나무가 저 나무고 저 나무가 이 나무니 내가 장자의 꿈에 들어간 나비인건지 장자가 나비의 꿈에 들어간 명박이 나인건지 이젠 나도 내가 무슨 소리를 하는지 모르겠고 미사카는 미사카는 닥치고 점점 주변은 어두워지고 흐흐라허렇라허리ㅏ허ㅣ;마허맇ㅁ러ㅣㅏㅎ 사렬줘.

오후 7시. 잘 모르는 산에서 움직여도 되는 마지막 시간이 지났을 무렵, 약간의 공터를 발견해 그 곳에 텐트를 치고 일단 하루밤을 보내기로 했습니다. 왠 공터냐고요? ...무덤자리였거든요. 무덤 두개가 나란히 지켜보는 와중에 네마리의 뉴비들은 늅늅거리면서 텐트를 치고는 모두 그 안에 쳐박혔습니다. 그리고 전 그 곳에서 19번째 생일의 축하케이크를 받습니다.

'빵 대신 감자 으꺤 걸로 대충 모양을 만들고, 생크림 대신에 마요네즈를 적당히 짜서 데코레이션을 한' 세상에서 가장 화려한 감자로 만든 생일케이크요.

고마워서 목이 막혀 돌아가실 뻔 했습니다. 물론 생일케이크 전달식 후 다시 한번의 구타가 있었던건 말할 필요도 없겠군요.

7월 14일 오후 11시 50분. 여전히 휴대폰은 전파가 잡히지 않음.



7월 15일. 날씨만은 여전히 쾌청. 상황: ㅅㅂ.

홍천에 도착한지 4일 째 되는 날. 대구에서 올라온 촌놈 4놈은 어디로 탈출해야 할 지 짐작도 할 수 없는 미궁속에서 필사적으로 길을 찾아 해맸습니다. 아침 8시에 해매기 시작해 오후 2시가 되서야 간신히 어제 그 포장도로를 찾고, '찾은 김에 다시 한번 정상도전해보자'는 정신나간 놈을 세대정도씩 패 준후, 지나가던 트럭을 히치하이킹해서 3일만에 저희는 다시 문명세계로 돌아갑니다. 운전수 아저씨는 저희 보고 깜짝 놀라셨을 겁니다. 도로 한복판에 좀비 네마리가 차 좀 세워달라고 시위를 하고 있었으니까요.

첫날에 묵었던 아저씨댁에 다시 신세를 지기 위해 들어가자, 저희 꼴을 보고는 깜짝 놀라시더군요. 집에 들어가며 거울을 보고는 그럴만도 하다고 쓴웃음을 지었습니다. 옷은 완전히 흙투성이에, 살이 드러난 곳은 여기저기 벌레 물린 자국들로 가득하고, 거기다 3일동안 머리도 감지 못했으니 참 봐주지 못할 꼴이었습니다. 3일만에 제대로 된 밥을 허겁지겁 먹고는 두명씩 들어간 욕실에서 둘 다 힘이 없어서 몸에 물만 끼얹던 중, 서로의 몰골을 보고는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웃음이 터졌습니다.

그리고 다음날, 많은 신세를 진 주인아저씨에게 인사를 드리고 저희는 다시 대구로 내려갔습니다. 그리고 저희의 일탈은 그렇게 막을 내렸습니다.



어째 '2008년에 있었던 훡같은 일'이라는 제목에 맞지 않게, 추억에 젖은 글이 됐군요. 하지만 지금이야 이미 과거니까 이런 말을 하지, 4일째 되던 날 아침에는 진짜 '이런 개같은 곳 빨리 벗어나고 싶다'는 마음 뿐이었습니다. 특히 감자케이크와 아침/저녁에 한번씩 받은 생일빵은, 평생 잊지 못할 것 같습니다. 그리고 저희야 결국 잘 해결됐습니다만, 산에 조난당하는건 예삿일이 아니죠. 다른 분들은 조심하세요.

그리고 홍천가면 막국수 집 한번 꼭 들르시고여.

by 다스베이더 | 2008/12/29 18:11 | 여행 | 트랙백 | 덧글(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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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산지니 at 2008/12/29 18:21
이런.. 서바이벌..ㅠㅠ 주인아저씨가 착하시군요..
Commented by Red-Dragon at 2008/12/29 18:21
재미있으셨겠네염. -ㅅ-)
Commented by 사이키 at 2008/12/29 18:33
재밌을거 같긴 한데 강원도 갈 일이 없어서 ㅇㅇ...
Commented by 헬커스텀 at 2008/12/29 19:12
일반인판 1박 2일...대신 3박 4일...
Commented by ㅇㅇ at 2008/12/29 20:17
"니들 여기는 웬 일이냐?"
"방학인데 심심하고해서 여행요."
"대학생들이 웬 여행을 이런곳으로 오냐?"
"돈이 없거든요."
"..."
"..."

쩜쩜쩜

Commented by FunkER at 2008/12/29 21:01
강원도에 유령 많다던데..설마 지금 당신 머리위로?!
Commented by 9月32日 at 2008/12/29 21:15
대단한 여행이었군요;;
Commented by 雪風 at 2008/12/30 01:28
살아 돌아온 것을 다행으로 여기셔야할듯여 -┌
Commented by 雪風 at 2008/12/30 01:29
참고로 난 수색정찰이랍시고 산길 걸어가다가 지뢰가 '덜' 제거되었다는 지역에 멋모르고 진입해서 진땀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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